만남과 헤어짐(이별)에 관한 시 문장 모음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언제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21세기에 온라인에서 만남이 많이 이루어 진다 해도 현실 생활에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아직도 사람의 생활이다. 연인을 만나던지 직장 동료를 만나던지 아니면 헤어지거나 이별을 할 때 어떤 좋은 시가 있을까?

만남에 관한 시

  • 정채봉의 <만남>
  • 이해인의 <눈물의 만남>
  • 박노해의 <만남의 씨앗이>
  • 용혜원의 <만나면 만날수록>
  • 조병화의 <만남과 이별>
  • 정현종의 <방문객>

정채봉의 <만남>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해인의 <눈물의 만남>

내가 몸이 아플 때
흘린 눈물과
마음이 아플 때
흘린 눈물이
어느새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네
몸의 아픔은 나를
겸손으로 초대하고
맘의 아픔은 나를
고독으로 초대하였지
아픔과 슬픔을
내치지 않고
정겹게 길들일수록
나의 행복도
조금씩 웃음소리를 냈지

박노해의 <만남의 씨앗이>

  푸르스름한 여명에

     허공을 뛰어내린 이슬방울 하나가

     냉이 싹에 앉는 순간 출렁,

     대지의 봄이 깨어나고 

     불그스름한 노을에

     바닥에 뛰어내린 빨강 열매 하나가

     언덕에 품기는 순간 조용,

     대지의 잉태가 시작되고 

     그 아침과 밤 사이에

     지구에서는 그리운 만남이 일어나고

     저마다 품어온 빛이 번쩍,

     변화의 씨앗을 심어나간다 

용혜원의 <만나면 만날수록>

날마다 만나고 싶습니다
뒤돌아서면 보고 싶고
홀로 있으면
그리워집니다

어젯밤에
만난 그대를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도
보고 싶어집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보고 있으면
보고 있을수록
기쁨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열정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대의 가슴에 기대어 있으면
아무런 근심도
아무런 걱정도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랑은
온도가 높아졌나 봅니다

사랑을 하려면
둘이 다 푹 빠져버리는
그런 사랑이 되어야
진정한 사랑입니다

조병화의 <만남과 이별>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 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을 기쁘다고만 하리
 
눈물로 눈물로 우리 서로 눈물로
숨어서 울며, 웃으며 헤어져야 할
이 만남과 헤어짐

정이 깊을 수록 더욱 마음이 저려지려니
이 인생의 만남을
어찌 그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정현종의 <방문객>

만남에 대한 가장 유명한 시 일 것이다. 특히, 교육계에서 많이 인용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별, 헤어짐에 관한 시

  • 최영미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기형도 <빈집>
  • 박목월 <이별의 노래>
  •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 이정하 <저만치 와있는 이별>
  • 박인식 <그봄, 강가에서>
  • 이민숙 <눈물로 길어 올린 이별의 시>
  •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 나태주 <별리>
  • 오세영 <원시>
  • 구광렬 <바람>

최영미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 골목
너의 뼈 굽이 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 때 그대와 나
골목 골목 굽이 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박목월 <이별의 노래>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이정하 <저만치 와 있는 이별>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하루에 한 번씩 덜
떠올리자 합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
그 한 번으로 인해
내 목줄이 얼마나 조여지는지를,
그 한 시간으로 인해
내 목숨이 얼마나 단축되는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당신이 내게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살으라 합니다.


박인식 <그봄, 강가에서>

내 그대를 위해
잔영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
생이 다 한 , 어딘가
격한 그리움으로 날아가리

긴 여정의 손짓이거나
잠시 곁에 있던 슬픔이었더라도, 앞날에
터트리고 싶은 꽃망울처럼 가야하리

설 자리를 잃고 쓰러져
새 움을 튀우는 그대의 꽃, 아름으로
눈이 녹아 흐르는 골짜기 곳곳 흐드러져 피우리

그 봄나렝 만난 이름을 다시 부르며
내 이마에 시름 깊이 검은 겨울이 가고
그 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네
함께 거닐던 강기숡 그대의 발자국
가슴 속 남아 있던 날도 멀어져 가고 있으리


이민숙 <눈물로 길어 올린 이별의 시>

기억하지 말아야 함을 알았을 때 그때가 마지막 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머릿속은 온통 기억으로 넘실대며 삼킬 듯이 밀려드는데 주체치 못할 슬픔은 심장 끝을 저울질해 눈물만 길어 올렸습니다.

가슴 속 모든 통로가 차단되어 어둠 속에서 갇혀서야 비로서 헤어짐을 느꼈습니다.
매일같이 걸려오는 전화기의 받아 달라는 애처로운 벨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을 때 이별 한 줄 알았습니다.
이별한 지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사랑했던 그 사람과 이별 한 줄을 아니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사랑했던 순간이 너무도 생생해서 이별은 우리는 하지 못할 줄 알았기에 사형선고를 받은 시한부 환자처럼 떨었습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순간은 아주 잠시지만 사랑을 잊기까지의 시간은 언제일지 기약이 없습니다.

사랑할 때는 세상의 모든 전구을 켜 놓은 듯 눈이 부시지만 사랑을 잃어 버렸을 때는 세상의 모든 전국의 퓨즈가 끊어진 듯하고 정전이 되어 버린 듯 세상이 온통 검은 빛입니다.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 떠나는 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나태주 <별리別離>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 채지 못하고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우리 다시 사람으로는

만나지 못하리.


오세영 <원시遠視>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구광렬 <바람>

헤어짐은 바람처럼 해야 한다.
바람이 나무와
바람이 별과
바람이 또 바람과 어떤 이별을 하던가.
그냥 스치어갈 뿐
뼈도 눈물도 남기지 않고
장삼 자락만 흔들지 않더냐.
세상 모든 것 떠날 때 찌꺼기를 남기건만
머문 적 없다고 바람은
자리마저,
자리마저 쓸어버리지 않느냐.


퇴임식이나 송별식등 헤어질 때 낭송할 만한 시

낙화 – 이병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별노래 – 이해인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 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앉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은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 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나무처럼

그렇게 이별하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헤어짐, 이별에 관한 명언 문장들

슬품과 우울은 언제나 혼자 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뒤에서 떼를 지어 몰려 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치료법은 더욱 사랑하는 것 밖에 없다.
– H.D. 드로우

친구 사이의 이별은 우수를 가져오고, 애인 사이의 이별은 고뇌를 가져온다.
– 리턴

슬픔은 마음이 죽는 것보다 크지 않고, 몸이 죽는 것은 그것에 버금간다.
– 장자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해서, 당신들은 살기 위해서
어느 편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 소크라테스

이 사랑의 꽃봉오리는 여름날 바다에 마냥 부풀었다가
다음 만날 때엔 예쁘게 꽃필 거예요
– 윌리엄 셰익스피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
장 폴 리히터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
마더 테레사

이별이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조지 앨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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